• 이토록 뜨거운 유재석씨 #3

    2008. 6. 11.

    by. 꼼발남자




       왜요? 가식으로 포장할 수 없을 만큼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네. 정말, 너무 힘들어요. 얼마 전에도 정준하 씨랑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이제는 형도 알 거 아니냐, 그 당시만 해도 내가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입장은 아니었다, 밤새 놀고 눈 부어서 다음 날 방송 해도 휘재가 있고, 호동이 형이 있고, 나는 내 할 몫만 해도 괜찮았던 시절이다, 그랬죠. 물론 지금 제가 예전보다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돼서 저 혼자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단 얘기는 아닙니다만, 어떻게 해야 큰 웃음을 드릴까, 어떻게 조율해야 하나, 정말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다고 얘길 했어요. 솔직히, 잠이 잘 안 와요. <무한도전> 촬영 전날엔 특히 더.   그런 고민이 결국 지금의 유재석을 만들었잖아요. ‘무한 어워드’때 ‘딱히 유행어도 없고, 개인기도 없고, 인물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는데 살아남아서 개그맨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모범 멤버상을 받긴 했는데, 지금은 그거 다 갖췄잖아요. 어떤 면이 지금의 국민 MC를 만든 걸까요?
    아이고 그냥 너무 감사할 뿐이죠. 제가 예전에 시상식에서 귀를 파면서 나온 얘길<무한도전>에서도 했지만, 옛날에 저는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람인 줄 알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개그맨을 꿈꾸는 오락부장을 하면서 학교 내에서 꽤 웃기는 애였으니까. 방송국에 들어오는 순간 제가 방송국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 알았어요. 그렇게 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다 9년이라는 무명 시절을 보냈죠. 그때 전 매사에 남 탓만 했어요. 저 개그맨보다 내가 훨씬 웃긴데 왜 날 안 써줄까, 왜 PD 선생님은 날 몰라줄까, 그랬어요. 노력도 안하면서. 근데, 그때는 제가 노력을 안하고 있는 줄조차도 몰랐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당시 노력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일이 잘되기 시작했어요.

    *무한 어워드 시즌 2 EP34 ‘제1회 무한 어워드’ 편. 모범 멤버상부터 몸개그상, 선행상 등을 시상했는데, 여기서 정형돈은 ‘진상’을 받으며 지금의 진상 캐릭터를 구축시켰다. 무엇보다 재밌었던 건 멤버들이 초대한 연예인들이 참석하지 않은, 명패만 있는 빈자리였다. 특히 “우리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러시아에서 얼마나 멀다고 안 와”했던 효도르 관련 일화가 웃음 포인트였다. 마봉춘의 실체가 드러난 것도 이 특집에서였다.
    *귀파고 나온 일화 1991년 <대학개그제>를 통해 데뷔한 유재석은 당시에 유명했던 시사 소재인 페놀 개그로 최승경과 함께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호명된 순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한 손으론 귀를 파며, 건방짐 작렬 포즈로 수상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일화의 영상은 시즌 3 EP35 ‘초심으로 돌아가자’를 통해 공개됐다.   어떤 노력이오?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돼요. 집중을 하면 돼요. 팀에 홈런 타자가 9명 있다고 우승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9번 타자가 9번 타자 역할을 해주고, 외야수가 외야수 역할을 해주면서,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화합이 돼야 팀이 최강의 전력이 되거든요. 저는 이제야 그걸 느꼈어요.   그때 <놀러와>를 했으면 지금과 같은 본좌급 MC유의 포스가 못 살았겠죠
    아, 정말로 그랬을 거예요. 지나고 나니까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상대방이 얘기할 때 많이 웃어주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 웃음도 리액션이거든요. 중요한 건, 그 듣는 사람의 웃음을 통해서 상대방이 보다 마음이 편해지고, 그럼 생각나지 않았던 에피소드도 생각이 나는 거거든요. 눈에 띄든 안 띄든 제 포지션에서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보다 다른 분들이 먼저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제 스스로가 자신 없어 했음에도 제 포지션을 옮겨주시더라고요. “넌 할 수 있어. 넌 될 거야!”하시면서.   MC유로서의 최강 스팩이야 뭐 두말할 필요 없지만, 유재석 스스로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개그맨 유재석으로서의 모습은 많이 아쉬운 거 같아요
    그런 얘기들 저도 많이 들어요. 예전에 ‘공포의 쿵쿵따’ 시절의 유재석을 보고 싶다, 그런 얘기들이오. 그리고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근데 그런 모습도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빛을 발하는 거거든요. 어느 날 그런 얘길 들었다고 해서 “그래, 난 쿵쿵따 시절에 재밌었어. 그때로 돌아가야 돼”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제가 명수 형 라디오에 나가서도 그런 말을 했지만, 전 많은 분들을 시청자분들께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모르시겠지만 사실 박명수 씨는 이런 분입니다. 이렇게 재밌으신 분입니다”라고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이 좀 더 잘 보이도록 서포트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박명수의 펀펀 라디오
    현재는 쉐키루 붐이 DJ를 맡고 있는 <박명수의 펀펀 라디오>의 한 코너였던 ‘거성시대’에 2007년 6월 12일에 유재석은 게스트로 출연해 MC로서의 책임감과 예능 프로그램의 동지 의식 등에 대한 얘길 했다. ‘무인도 특집’ 촬영을 다녀온 직후에 녹음된 이 라디오 방송에서 “같은 방을 쓴 유재석 씨가 코를 많이 골았다”고 박명수가 얘기하는 바람에 ‘무인도 특집’은 멤버들이 무인도에서 잔 게 아니라, 리조트에서 숙식한 게 아니냐는 조작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너무 안 보이니까 유재석 개그맨 자질론 얘기도 나오고, 하도 집에만 있으니까 소재가 없어서 그런다는 토크 소재의 부재론도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근데 전 가끔 그런 얘기하는 사람들 보면 일단 가드부터 올리라고 말하고 싶다니까요. ‘자양강장 토크쇼’나 예전 <즐겨찾기>의 ‘조동아리 토크쇼’를 보고나 하는 소리들인지. ‘자양강장 토크쇼’의 ‘소르젠떼’ 에피소드나 ‘양수리 가글 사건’ 에피소드는 토크계의 본좌급이죠
    재밌는 얘기들은 그에 맞는 상황이 있어야 극대화되는 거거든요. 얘기하신 대로, 강호동 씨와 관련된 에피소드만도 얼마든지 있죠. 근데 그건 호동이 형이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해야 그 재미가 빛을 발하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아껴둔다기보다는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호동이 형도 그런 얘길 어디 가서 안하시잖아요. 하하. 마찬가지인 거죠.

    *자양강장 토크쇼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의 한 코너였던 ‘자양강장 토크쇼’에 2005년과 2006년, 2회에 걸쳐 강호동와 함께 출연한 유재석은 강호동과의 일화를 공개해 토커로서의 입담을 자랑했다. 기타노 다케시의 <소나티네>를 ‘남성 토털 패션 정장 소르젠떼’로 얘기한 ‘강호동의 소르젠떼 사건’과 ‘양수리 가글 사건’이 유명하다.
    *즐겨찾기 2004년 8월 29일에 방송된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에 출연한 유재석은 술 한 잔 안 마시고, 다음날 아침(朝)까지 떠든다는 동아리, 일명 ‘조동아리 멤버’로 불리는 김용만, 지석진과의 난장 토크를 선보였는데, 지금까지도 유재석이 게스트로 출연한 ‘레전드’로 불릴 정도로 블록버스터급의 엄청난 토크 개그를 선보였다. 이에 비하면 유재석이 거의 유일하게 게스트로 출연했던 2003년 7월 21일, 28일, 2회에 걸쳐 방영된 <야심만만>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의 유재석이라면 하나쯤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을 거 같은데요, ‘MC 캠프’ 말고. 하하. 대체 유거성 쇼는 언제 볼 수 있는 건가요?
    지금은 일단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상황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체적인 쇼 버라이어티의 흐름이 어떤 것인가, 그 흐름을 타면서 좀 더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그 상황이 언제쯤이 좋은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내년 봄 개편 때는 어떻게 될지, 아직은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에요.

    *MC 캠프 시즌 3 EP76의 ‘면접 특집’에서 새로운 프로그램 아이디어로 유재석은 ‘MC 캠프’를 얘기했다. 강호동, 이경규 등의 색다른 MC들이 1교시, 2교시를 맡아 진행하는 방식의 아이디어였는데, 먼저 면접에 참가한 하하가 유재석의 이 아이디어를 가로채 빅 웃음을 만들어냈다.
    *유거성 시즌 3 EP69 ‘네멋대로 해라 1탄‘에 소개된 정형돈 기획의 ‘체인지’에서 유재석이 박명수로 체인지돼 완벽하게 박거성을 모사하면서 얻어진 별명이다.   <무한도전>의 미래에 대해 질문하는 것도 스포일러가 되는 걸까요? 어쩌면 이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 제일 궁금해할 수도 있는 건데
    <무한도전>은…, 조금 더 뭔가를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하하 씨 군대 문제도 있긴 한데, 사실은 멤버 구성에 대한 문제보다는 좀 더 심층적이고, 좀 더 과감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희 멤버들 생각은 다 그래요. 버라이어티 인생이란 말처럼, 정말 나이가 든 그 모습 그대로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그게 저희 멤버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꿈이거든요. “아이구, 예전엔 참 힘든 도전도 많이 했는데, 이젠 우리가 늙어 도전을 못하겠어요” 그런 멘트를 하며 같이 늙어가는 프로그램. 초등학생 때 <무한도전> 본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돼서 늙어버린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며 “아, 예전에 저 아저씨들 그래도 젊었는데, 이젠 할아버지 다 됐네” 그럴 수 있는 버라이어티 인생으로 가고 싶은데, 그게 어렵죠.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과 다른 상황도 생각해요. 지금은 과분하게 너무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쳐주지만 언젠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물론 나 자신이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죠. 그러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새로운 후배 MC가 나오면 진심으로 박수 쳐줄 거예요. 그리고 나의 쓰임새가 작아지면 또 그 작은 역할을 열심히 할 거고요. 만약 그것도 안되는 시기가 오면 그냥 집에서 조용히 가족들하고 프로그램 보면서 박수 치려고요. 하하.   아, 이 얘기, 너무 슬픈데요
    아, 그래요? 음, 근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해놔야 될 거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너무 아쉬울 거 같아요. 그 아쉬움이 커지면 자꾸 욕심이 생길 테고, 그러면 누군가에게 해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럼 안되는 거잖아요.   개그맨 유재석, MC유, 10년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가 MC로 남고 싶다, 개그맨으로 남고 싶다, 그렇게 정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전 그냥, ‘아, 옛날에 저 사람 나오면 참 재밌었는데. 그래, 즐거웠지’ 그거면 돼요.      김구라는 ‘무릎팍 도사’에 나와 “공중파에서 욕이 허용되면 내가 유재석이다”라고 얘기했고, 하하는 <야심만만>에서 “강호동은 최고의 MC다, 그러나 유재석은 신이다”라고 얘기하는 식으로, 유재석이 1인자임을 증명하는 수없는 증언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1인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 그러는 거고, 전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1인자, 아니죠.

    *증언들
    <놀러와>에 함께 출연 중인 김원희는 “동갑 친구 유재석은 최고의 진행자”라고 했고, 김구라는 “사실 규라인보다 유라인이 낫다”고 했으며, 김종민은 “내가 방송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등, 유재석을 1인자로 설명하는 무수한 증언들만 해도 백만스물한 가지다.   왜 못 믿으십니까. 유재석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의심이 흔들리면 집회에 나와보세요. 수요일 12시에 집회가 있습니다
    쿠하하하하.

    *집회
    시즌 3 EP42 ‘100분 토론’을 통해 ‘무한재석교’의 실체가 공개됐다. “유재석의 기적을 아직도 못 믿습니까? 시청률 4% 나오던 시절 박명수 씨가 껌 뱉듯이 <무한도전>에서 뱉어졌을 때 믿음이 부족했습니다. 다시 한번 유재석의 손길이 느껴졌을 때 손을 잡고 어디까지 왔습니까? 유재석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란 하하의 증언으로 완성된 무한재석교 집회는 수요일 12시에 거행된다. 그러나 집회 장소가 어디인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이제 인터뷰를 정리해야 하는데, 마지막 질문은 ‘라디오 스타’ 식으로 해볼까요? 유재석에게…, 웃음이란?
    하하. 웃음이란! 일단 제 직업은 개그맨이니까, 웃음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거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웃을 때 저는 너무 행복해요. 그때 나 자신이 너무 행복해서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저에게 웃음이에요. 아, 정말 이런 말은 멋있게 대답해야 되는 건데, 제가 인터뷰 경험이 별로 없어서…. 저, 괜찮았나요?

    *라디오 스타
    독한 멘트로 ‘무릎팍 도사’를 위협하고 있는 <황금어장>의 한 코너. 가수건 방송인이건 장르에 관계없이 초대된 게스트에게는 맨 마지막에 “음악이란?”류의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라디오 스타’의 최고 게스트는 지상렬이었다. 개인적 취향이라 해도 지상렬 입담의 포스는 정말, 레전드급으로 ‘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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