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2008. 6. 11.

    by. 꼼발남자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끄떡없는 어머니의 모습.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시다고,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시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알았던 나.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