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뜨거운 유재석씨 #2

    2008. 6. 11.

    by. 꼼발남자




     ‘우주 특집’ 오프닝에서 박명수 씨한테 해줬던 딱 그 얘기네요
    크하하, 맞아요, 맞아. ‘우주 특집’ 오프닝 때도 그렇고, 제가 언뜻언뜻 박명수 씨에게 그런 얘길 했는데, 정말 박명수 씨는 그랬어요. 다들 녹화가 재밌다고 해도 혼자서 별로 한 게 없으면 녹화 재미없었다고. 아무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대사가 없어도 리액션을 해줘야 프로그램이 산다고. 그건 제 위의 선배님들도 항상 해주신 말씀이셨어요. 솔직히 누가 튀고 싶은 마음이 없겠어요. 누구라도 방송에서 주목받고, 웃긴다는 얘길 듣고 싶어하죠. 근데 먼 훗날 봤을 때는, 자기가 먼저 튀려고 안달하는 것보다는 묵묵하게 리액션을 해가며 프로그램을 위해 서포트해준 사람이 오히려 더 크게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우주 특집’ 오프닝 시즌 3 EP3. 멤버와 제작진 모두가 오늘 녹화가 좀 재미없었던 거 같다고 해도 자신이 카메라에 많이 잡히고, 조금이라도 더 웃긴 날은 늘 녹화가 좋았다고 하는, 박명수의 본인 위주의 방송을 폭로한 에피소드.   그런 면에서 보면 정형돈 씨가 가장 성장 가능성 있는 1人?
    누가 앞으로 크겠다, 말겠다는 말을 제가 감히 하긴 너무 어려운데, 정말 정형돈 씨가 그런 면은 있어요. 제 개그맨 후배기도 하고, KBS 후배기도 한데, <무한도전> 내에서도 나의 여러 가지 것들을 가장 많이 신경 써주는 친구예요. 물론 다들 신경 써주지만, 정형돈 씨가 팀 내에서 가장 많이 신경 써줘요.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그런 것들을 봐왔기 때문에 가능성을 많이 보죠.   아까 ‘멍충아’ 얘기도 나왔지만, MC 입장에서 멤버들의 멘트 수위 조절도 큰 난제일 거 같아요. 가끔 박거성님의 발언이 좀 위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시즌 1에서 까였을 때, 그러니까 내뱉어지고 아웃돼 다음 스케줄을 통보받지 못한 그 상황이 됐다가, 시즌 2의 ‘그네야구’로 다시 멤버에 합류한 거성 멘트는 좀 위험해 보였어요. 정형돈을 보면서 “사실, 전 얘가 잘릴 줄 알았어요. 몸도 안 좋은 애를 왜 써!”라며, ‘폐륜개그’, ‘투병개그’와 함께 상도덕에 어긋나는 3대 개그라 불리는 ‘질병개그’를 날리는데, 어이쿠
    흐흐. 그렇죠,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상대방에겐 아픔이 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웃음을 준다는 목적으로 희화시키는 거니까. 근데 아까도 얘기했듯이 명수 형이라서, 그 경우가 특별해서 넘어가는 거 같아요. 몸도 안 좋은 애를 왜 쓰냐고 막 호통을 치긴 하는데, 어쩐지 그렇게 얘기하는 당사자가 더 안돼 보인다는 거죠. 하하. 탈모 때문에 참 보기에도 안쓰러워 보이는데, 본인 생각은 안하고 남한테 호통을 치니까. 사실 정형돈 씨는 그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인데, 그런 사람에게 비난을 하니까 되레 웃음이 나오는 거죠. 그래도 많이 조심하려고 노력하는데, 요즘은 시청자분들이 많이 열리신 거 같아 참 감사해요.

    *박거성 시즌 3 EP31 ‘무한 소년체전’에서 훈련 중 박명수 옆에 있던 정형돈이 “지금 명수 형이 뭐라고 했는 줄 알아? 왜? 거성 옆에 있으니까 떨려?”라고 폭로하면서 자칭, 타칭 박명수의 ‘박거성’ 캐릭터가 시작됐다.
    * 까이다 시즌3 EP71 ‘썩소 앤 더 시티’ 중 ‘까이다’란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유재석이 다시 정의했는데, 유재석 사전의 까이다는 다음과 같다. ‘까이다: 내뱉어지다, 아웃되다, 다음 스케줄을 통보받지 못하다.’   결국 그런 멘트가 생생하게 사는 이유도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 때문인데, 정말 막말로 ‘이건 해도 해도 너무 리얼하다’란 생각이 들었던 에피소드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묵은 때를 벗기길 바래’가 그랬는데
    어우, 그때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솔직히 목욕탕에 간다고 해도 진짜로 때를 밀 줄은 몰랐어요. 제가 현장에 가서도 몇 번이나 얘길 했어요. “근데 진짜 때를 밀어? 태호야, 이거 진짜냐? 우리 진짜로 때를 미냐?” 몇 번이나 그랬는데도 “예!” 그러더라고요. 허허. 그래도 못 믿고 방송 나가는 시간이 식사 시간인데, 괜찮냐고 몇 번을 물어봤어요. 결국엔 하라고 하니까 믿고 했죠. 근데 저희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요, 때가 정말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국수가락 뽑는 장면 삽입 안했어도 될 만큼?
    네, 그 정도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그보다 덜하진 않았다니까요.   아, 근데 ‘묵은 때를 벗기길 바래’ 그 에피에서도 그랬지만 왜 만날 혼자만 공식 지정복 안 입고, 소매 있는 ‘난닝구’ 입으세요? 시즌 1의 EP4 ‘자연배수 대 인간 물빼기 대결’이 민소매 입은 마지막 에피였고, 그 이후엔 전부 반팔이던데요
    아, 그게요, 저는 부끄러움이 많아요. 부끄러움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민소매를 못 입겠어요. 제 옷 중에도 민소매가 없어요. 겨드랑이를 드러내는 게, 어우, 많이 쑥스러워요. 뭐 동작을 하다 보면 팔도 들고, 그러는데, 그럴 때 겨드랑이가 보이는 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혼자만 소매 있는 걸 입는 거죠.  


       10년간 사귀었던 애인과 헤어진 그날, 텔레비전 속의 유재석은 찌질하게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7년간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30점짜리 그의 받아쓰기 시험지가 공개됐다. 제일 사랑했던 막내가 저만 살겠다고 먼저 결혼해버린 그날, 그의 마봉춘이 밝혀졌다. 그리고 참 힘들었던 기나긴 이번 마감의 한가운데서 그는 자이브를 췄다. 조금 덜 슬퍼하면서, 조금 더 웃을 수 있었던 이유를 그때는 몰랐다. 그의 이런 바보같이 순진한, 진심어린 웃음의 노력 때문이었다는 걸.     근데 한편으론 그 <무한도전>이 유재석에게는 참 딜레마 같은 프로그램일 수 있단 생각이 들어요. MC로서의 유재석과 개그맨으로서의 유재석과 토커로서의 유재석과 콩트를 하는 연기자로서의 유재석까지, 유재석이 갖고 있는 재능 전부를 드러내면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다 <무한도전>에서 본 듯한 느낌을 주게 되고, 장기적으론 그게 마치 유재석을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면도 있는 거 같아요. 유재석에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란 질책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시점도 바로 <무한도전>의 엄청난 열풍 이후거든요
    음…, 그럴 수도 있어요. 보는 시각에 따라 정말 다 다를 수 있어요. 근데 저는 그냥 조금 멀리 보고 싶어요. 어떤 목표를 향해서 갈 때 그 목표로 가는 길이 맞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지, 그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제가 지금 갈 수 있는 데로, 제가 갈 수 있는 속도로 가고 싶어요. 지금 걸을 힘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저는 걸어갈래요. 달릴 수 있는 힘이 생길 때, 그렇게 가고 싶어요.   그래도 너무 안타까운게 반면, ‘기적의 승부사’ 같은 경우엔 MC, 토커, 연기자로서의 유재석의 역량을 너무 축소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스태프들이 정말 고민이 많아요. 말씀하신 대로 <무한도전>에서 너무나 다양한 것을 표현하고, 너무나 많은 부분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뭔가 신선한 걸 한다 해도 <무한도전>과 비슷하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고민이 참 많아요.

    *기적의 승부사 4년 넘게 MC를 맡아온 <진실게임>과 <옛날 TV>를 하차하면서 유재석이 새롭게 선택한 SBS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다. 연예인 팀과 아나운서 팀이 젓가락으로 콩 줍기, 공깃돌 줍기 등의 게임을 벌이는데, 아직 방송 초반이긴 해도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유재석 최대의 난제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해피 투게더>도 그렇죠. 사우나 입실 전 워밍업 토크의 유재석은 <무한도전> 속의 코너 100% 리얼 애드리브 콩트의 유재석과 너무 겹치는 느낌이에요. 함께 출연 중인 박명수와의 호흡 때문에 더 그런 면이 강하다 해도, 하물며 “배운 여자여!”라는 전설적인 어록을 그대로 쓸 때는 좀 혼란스러운 느낌이에요
    처음에 그 부분을 우려했었죠. 저나 박명수 씨나 그 콘셉트는 <무한도전>에서 했던 거라 좀 그렇다는 얘길 제작진에 충분히 전달했어요. 제작진에서는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색깔을 낼 수도 있지 않겠냐, 노력을 해보자는 쪽으로 얘기가 마무리돼서 결국 그런 식으로 하게 된 거죠. 사실은 저도 그래서 처음에는 사투리를 안 쓰는 걸로 가려고 했어요. 뭐 충청도 사투리를 잘 쓰지도 못하긴 하고요. 근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것은 최양락 선배님이 쓰셨던 ‘괜찮아유’의 톤이다, 상황에 맞는 것을 해야 되는 건 아닌가 싶더라구요. 피할 수 없으면 아예 극대화시켜서 즐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에요. 자꾸 ‘어, 이거 내가 했던 건데’ 그러면서 벽을 쌓으면 전체적으로 어색해질 뿐이고, 오히려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단 생각이에요.

    *100% 애드리브 콩트 시즌 3 EP25 ‘농촌 특집’에서 시작된 이 콩트는 예전 KBS <유머 일번지> 시절의 한 코너였던 최양락의 ‘괜찮아유’를 콘셉트화했다. 이후 EP30 ‘김장 특집’에서도 등장했는데, 단발성 코너였음에도 “마누라 타짜여!” “배운 여자여!” 등의 유행어를 속출해 내며 강력한 빅 웃음의 포스를 뿜어냈다.   그래서 유재석도 어색해지려고 하잖아요. 자꾸 외부와 벽을 쌓으니까. 하하. 그러다 보니 너무 관리한다, 가식적이다, 그런 말도 나오고. 유재석의 예의 바름, 진실됨은 수위를 넘어 부담이 됐고, 이젠 그 부담조차 과잉돼서 가식이 아니고선 저렇게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말이죠. 3천원어치 아이스크림 값 갚으려고 직접 찾아간 에피소드가 유재석 가식 논쟁에 불을 당긴 거 같아요
    하물며 제 주변분들도 저한테 그래요. 너 그렇게 사는 인생이 방송 인생이지 니 인생이냐고. 하하. 제가 방송을 시작한 지가 내년이면 17년짼가, 그래요. 그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은 이 짧은 인터뷰 동안 다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요. 수많은 좌절, 아픔, 남몰래 가슴 치며 울었던 시간들, 그 안에서 제가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은 다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전 종교가 불교입니다만, 무명 시절에 밤마다 부처님께 기도를 했어요. 기회를 한 번만 달라고. “부처님, 정말 제게 딱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그동안 절 위해 애써주셨던 모든 분들께 이 은혜를 평생 갚으면서 살겠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했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잊어요. 전 정말로 모든 게 너무 감사해요. 그 ‘서울 구경 선착순 특집’에 나왔던 그분도 그렇고요. 아무리 방송이지만 아이스크림을 그냥 공짜로 주시는데, 그걸 날름 받아먹고 어떻게 그냥 넘어가요.

    *유재석의 가식 논쟁 ‘서울구경 선착순 특집 1탄’에서 남산의 한 가게에서 공짜로 얻어먹은 아이스크림 3천원어치 때문에 유재석 이 케이크를 들고 직접 찾아가 돈을 갚았던 에피소드는 한 네티즌의 검증 프로젝트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그전, <놀러와> 방청객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일이나 <진실게임>에 출연한 한 선생님의 부탁으로 반 아이들 전체를 위해 사인 수십 장을 해서 택배로 부쳐줬던 유재석의 진실됨을 보여주는 일화가 유재석의 가식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유재석의 기도 2000년 당시 <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에 등장한 유재석의 ‘셀프카메라’ 영상을 통해 가장 먼저 알려진 일화로, 유일하게 받은 상은 ‘서세원 쇼의 연말 토크왕’ 상뿐이었다는 얘기 등 그의 진솔한 마음이 짠하게 담겨 있다. 또한 이 ‘셀카’엔 지금은 결코 볼 수 없을 전라의 모습으로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유재석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유재석의 오랜 동료인 김한석과 정준하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도 직접은 안 가죠. 대개는 매니저가 가죠
    근데요, 전 제가 그렇게 해야 편하니까요. 정준하 씨 같은 경우도 저한테 그랬어요. 변했다고. 2000년도에 휘재랑 어울려 다닐 때는 밤늦게 촬영하고 다음 날 촬영이 있어도 새벽까지 놀아주지 않았냐, 근데 요즘은 왜 안그러냐, 변했다, 그래요. 근데 정준하 씨랑 제가 <무한도전>을 같이한 지가 1년 조금 넘었거든요. 근데 이제는 알겠대요. “재석아 미안하다. 이젠 내가 너 알겠다. 이제는. 네가 왜 밖에 못 나가는 지 알겠다” 그래요.

    *2000년 대형기획사 싸이더스가 출범하면서 유재석, 이휘재, 정준하 등을 영입했는데, 이 이후부터 유재석과 이휘재의 콤비 라인이 시작됐다.
    *정준하의 <무한도전> 첫 출연 정준하는 시즌 1 EP21 ‘고공에서 60초 세기’에 게스트로 출연해 식신의 재능을 선보인 이후 시즌 2 퀴달시절인 2006년 3월 25일 방송된 EP21 ‘MT특집’부터 고정 출연하게 됐다. 박명수로부터 ‘헬멧’이란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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